바닷가에 가면 더운 여름에 바다에 발을 담그면 온몸이 시원해진다. 지금 AI 웨이브는 우리의 발목도 적시지 못했다.
몇 년 전을 떠올려 보면 NFT와 메타버스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에는 어느 정도의 현금 흐름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전방위적이진 않았다. 전설적인 기술에 대한 논의뿐이었다. 하지만 ChatGPT가 가져온 변화는 삶에서 먼저 포착되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NFT, 더 복잡한 인터페이스만 제공한 메타버스와 같이 코로나 이펙트로 미완성된 기술들은 우리의 삶에 파고들지 못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대화"로 가장 인간적인 접근을 해왔다. 인공의 지능, 곧 만들어낸 지능, 흉내 내고 따라하는 지능을 가진 것 같은 기술이 ChatGPT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바로 산업에 즉각 적용한 삼성은 "온디바이스 AI"라는 이름으로 출사표를 먼저 던졌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갤럭시로 환상적인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상상을 했었지만, 결국 어떻게든 노력하면 되는 기술적인 부분의 편의성만 제공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WWDC가 시작되자 주가는 -2% 정도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기사에서는 역시나 마치 애플의 AI가 "큰 한방은 없었다"와 같은 언론플레이를 해댔지만, 몇 시간 만에 신고가를 갱신해버렸다.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애플의 기술 보안으로 도대체 애플이 AI 기술을 어느 정도 도입할지 말지 루머들만 무성할 뿐 알 길이 없었기에, 애플의 행보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었을 듯하다.
이러한 모든 루머들과 염려와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리듯 애플은 이번 WWDC에서 정말 큰 것을 가지고 나왔다. 운영체제 이야기만 했지만, 결국 앞서 M 시리즈 아이패드 에어나 실리콘 맥들이 자연스럽게 OS 업데이트를 통해 온디바이스 개인비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애플은 독자적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자사의 모든 OS에 녹여 내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애플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할 서버도 따로 만들 정도로 진심으로 준비해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 갤럭시의 번역은 실제로 구동되는 반면, 애플은 현재 온디바이스에 대한 계획만 말했을 뿐이다. 실제로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애플 유저들은 경험을 통해 애플이 이런 로드맵과 계획을 발표하고 돈을 쏟아부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충분히 예상한다. 심지어 서비스와 제품이 본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파급력이 어땠는지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 애플이 무언가를 했을 때 경험했던 그 강력함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WWDC가 끝나고 M4 시리즈가 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구동되는 아이폰 16 시리즈부터 맥까지 모든 라인업이 완성되기 시작하고 유저들의 사용자 경험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한 이후 1~2년 뒤부터 그들의 업데이트와 커스터마이징되는 앱의 사용성들은 가히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결국 ChatGPT도 컴퓨터와 디바이스를 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통합적 시스템이 가능한 애플의 디바이스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추격 속도의 가속화가 엄청날 것이라고 기대한다.